썰/삶의미각

달을 따라

uoooooc 2012. 11. 23. 05:04

 

 

2012.11. 23. 새벽

 

그믐달 초생달 반달 보름달 낮달 하얀달 파란달 노란달 붉은달. 달.

남쪽 바닷물의 물그림자 낱낱마다 달빛이 담겨져 있는데

하늘쪽에 떠 있는 달을 못견디게 그리워하는 것은

내 원류가 저 달을 꼭 닮은 '물 속의 달'이기 때문일까.

하마 달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달비늘일까.

물결에 바람결에 풀결에 풍진으로 묻어 살아지다가

내가 저 달임을 환각하며 노상 바라보는 것일까.

내 갈 곳이 저 달임을 끝끝내 환각하며  문득 문득 바라보는 것일까.

 

감청색으로 짙푸른 공허. 파르스름한 끼로 떠 있는 달을 올려다보면 하염없다.

심정에도 하염없이 달이 흐른다.

 

달조각주으러 숲으로 가자 그믐밤의 반닷불은 부서진 달조각

달조각 주으러 숲으로가자라는 청년시인의 달 사유에

유년 시절, 나의 달은 감상적이기도 하고 사명감을 가지게 하는 이성적 상징이기도 했다.

 

달이 상현에서 보름에서 하현으로 다시 상현에서 보름에서 하현으로

부풀었다가 이지러졌다가 스러졌다가 기울어졌다가

바다 위에도 바다 물결에도 강물 우에도 강 물결에도 산능선에도 계절의 나무가지 끝에도 어느 지붕 위에도

도시의 전선줄 사이에서도 내 창문 끝에서도 거미줄 뒤에서도 부용화 위에서도, 낮동안의 습기나 열기에 찬 눈을 들어  올려다보면 

심정이 머무를 수 있게 떠 있는 달.

그 달을 따라 다니는 거. 따라 다녔던 거. 그때마다 내게는 자족의 궁극이라 할 수 있겠다. 

 

지금 이 곳은 달이 없다. 달이 보이지 않는다.

이 방 창을 열어보아도 안 보이고, 저 방 창을 열면 손 닿을 듯 가까운 곳이 나무가 가득한 숲이지만

달빛도 계류도 없다. 서걱이는 바람소리만 있다.

달을 찾아 작은 방을 건너 큰 방의 창으로 가도 볼 수가 없다. 거실커턴을 열어 베란다 끝으로 나가봐도

 달이 보이지 않는다. 이 곳으로 온 이후 집 안에서 달을 본 적은 없다. 이상한 집 구조다. 달을 보여주지 않는 구조.

 

보이지 않으면 마음 속으로 그리워할 뿐이고 혹은 사진이나 그림으로 대체하거나

보이지 않는 달에게 글줄을 나열하며 기억하거나 추억하나보다.

.

.

 

나는 지금 이 시간에 달과 '달의 부재'를 운운하지만 간절히 달을 품는다.

그리고 도덕관과 인생관을 교차 생각한다.

도덕의 문제가 아니라 인생관의 문제.

요즘에 이어서 지나간 밤과 이 시간 내도록

내 고해의 핵심이 무엇인가를 돌이켜 생각을 거듭하였다.

나라는 인간의 마음은 어떤 행위에 댓가를 바랬던가.

이 마음을 내려놓고,  

다만 할 뿐.

그래야지. 한 생각에 사로잡힌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온갖 가슴앓이를 두려워하지 마라.

그것은 보호받으면서 살아온 온실 속의 화초같은 인자에게

더없이 희노애락이 되어 축복이고 영광임을 알게 됨이므로.

나는 돌아갈 것이다. 그 곳으로.  바램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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