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1

생의 빛살 그리고 상한 마음 곱씹느라 그리하여

uoooooc 2013. 10. 12. 08:16

 

 

 

 

 조은/생의 빛살

 

 

 

고속도로변 아파트 밀집 지역을 지나며

집집마다 흘러나오는 불빛에 마음 흔들린다

그 동요가 너무 심해

앞만 보고 운전하던 언니가 돌아보며

무슨 일 있었냐고 묻는다

 

아무 일 없었다, 잘 지냈다, 했지만

삼십 년 넘게 같은 방을 쓰다가 늦게 결혼한

언니는 한동안 묵묵히 있다가

또 묻는다

 

나는 늘 순도 높은 어둠을 그리워했다

어둠을 이기며 스스로 빛나는 것들을 동경했다

겹겹의 흙더미를 뚫는

새싹 같은 언어를 갈망했다

 

처음이다. 이런 마음은

슬픔도 외로움도 아픔도 불빛으로

매만지고 얼싸안는

저 무리에서 혼자 떨어져

몸이 옹관처럼 굳어가는 것 같은

 

몸이

생의 빛살에 관통당한 것 같은

 

 

 

 

 

언젠가는 / 조은

 

 

 

내 삶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다는 기억 때문에

슬퍼질 것이다

수많은 시간을 오지 않는 버스를 기다리며

꽃들이 햇살을 어떻게 받는지

꽃들이 어둠을 어떻게 익히는지

외면한 채 한곳을 바라보며

고작 버스나 기다렸다는 기억에

목이 멜 것이다

때론 화를 내며 때론 화도 내지 못하며

무엇인가를 한없이 기다렸던 기억 때문에

목이 멜 것이다

내가 정말 기다린 것들은

너무 늦게 오거나 아예 오지 않아

그 존재마저 잊히는 날들이 많았음을

깨닫는 순간이 올 것이다

기다리던 것이 왔을 때는

상한 마음을 곱씹느라

몇 번이나 그냥 보내면서

삶이 웅덩이 물처럼 말라버렸다는

기억 때문에 언젠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