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하늘에 달이, 저 달이 스스로 달빛에 감겨.
집중해서 올려다보면 섬세하게 꿈틀거리며 점점 부풀어간다.
똑 같은 크기. 그러므로 흔들린다고 해야하나.)
달이 흔들리고 있다.
이 시간 저 달은 금빛으로 줄줄 흐른다.
세상의 온갖 사물과 무관하게
오늘 만큼은 스스로 달빛으로 감겨,
오늘 만큼은 저 달이 내 것인양.
눈을 반쯤 내리깔고 달이 묻는다. 지금 느낌, 어때?
눈에 보이는 저 달에 시달리는 내 심정을 입 안 가득히 물고 나는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행복, 사랑. 이 단어를 남용하지 않고, 그래서 함부로 사용하지 않는데 말이야.
행복하고 황홀하고 아름답지만 눈물겹네. 달은 내게 그렇다. 사랑이다.
스물 네시간 전 새벽 세 시 무렵에 왕복 사십여분간동안
달은 기슭의 진달래들이 각혈하는 것을 알았을까.
지금 느낌이 어때라고 또 묻는다면, 아무 말 없이 각혈을 할 뿐.
.
'썰 > 삶의미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나 재미있게 살다 가노라 (0) | 2013.03.29 |
---|---|
금요일을 향하는 새벽에 (0) | 2013.03.29 |
.. (0) | 2013.03.24 |
제롬과 숙희네(1) - 한달된 첫째 S'H 천룡, 훗날의 마루. (0) | 2013.03.24 |
꽃샘 (0) | 2013.03.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