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1

나비가 되어

uoooooc 2013. 4. 6. 00:50

 

 

어느 연둣빛 초봄의 오후

나는 꽃나무 밑에서 자고 있었다.

그랬더니 꽃잎 하나가 내려와서는

내 왼 몸을 안아보고서는 가고,

또 한 잎이 내려와서는

입술이며 이마를 한없이 부비고 문지르고,

또 한 잎이 내려와서는

손톱 끝의 먼지를 닦아내고,

그리하여 어느덧 한 세상은 저물어

그 꽃나무는 시들어 죽고,

나는 한 마리 나비가 되어

그 꽃이 가신 길을 찾아 홀로

아지랑이 속의 들길을 꿈인 듯

날아가고 있었다.

 

 

 

 

인연설 / 문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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