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옆구리를 곡괭이로 콱 찍었다고 해보자.
갈빗대 서너 개가 부러져서 근육을 뚫고 삐져나오고,
한때는 죽은 짐승의 시체와 죽은 식물의 잎새로 채워졌던 나의 내장이 주르르 흘러나왔다고 해보자.
그리하여 시뻘겋게 부릅뜬 내 두 눈은 튀어나올 듯이 이글거리고,
태어나서 한 번도 내보지 못한 아니 내볼 수 없었던 처음이자 마지막인 비명을 지르고,
고통에 이글거리던 두 눈이 서서히 풀어져 갈 때,
너를 쳐다보거나 죽은 이웃을 바라보는, 아아,
부드럽거나 서러운 그 나름대로의 명백한 눈빛이 아닌 또한 처음이자 마지막인 나의 눈빛이 지어질 테고,
너를 내 가슴에 안아 입을 맞추거나 허무와 절망에 찌들려서 내뱉던 신음소리가 아닌
그 또한 처음이자 마지막인 신음소리를 낼 것이고,
그리고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누가 내 옆구리를 곡괭이로 콱 찍기 전까지는 나는
결코 옆구리로 찍혔을 때의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런 것이다.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은.
처음이자 마지막 / 김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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