펌글1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uoooooc 2013. 6. 6. 02:33

 

 

 

 

 

누가 내 옆구리를 곡괭이로 콱 찍었다고 해보자.

갈빗대 서너 개가 부러져서 근육을 뚫고 삐져나오고,

한때는 죽은 짐승의 시체와 죽은 식물의 잎새로 채워졌던 나의 내장이 주르르 흘러나왔다고 해보자.

그리하여 시뻘겋게 부릅뜬 내 두 눈은 튀어나올 듯이 이글거리고,

 태어나서 한 번도 내보지 못한 아니 내볼 수 없었던 처음이자 마지막인 비명을 지르고,

고통에 이글거리던 두 눈이 서서히 풀어져 갈 때,

너를 쳐다보거나 죽은 이웃을 바라보는, 아아,

부드럽거나 서러운 그 나름대로의 명백한 눈빛이 아닌 또한 처음이자 마지막인 나의 눈빛이 지어질 테고,

너를 내 가슴에 안아 입을 맞추거나 허무와 절망에 찌들려서 내뱉던 신음소리가 아닌

그 또한 처음이자 마지막인 신음소리를 낼 것이고,

그리고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누가 내 옆구리를 곡괭이로 콱 찍기 전까지는 나는

결코 옆구리로 찍혔을 때의 모습을 만들어 낼 수 없다.

그런 것이다.
너에 대한 나의 사랑은.

 

 

처음이자 마지막 / 김영승

 

 

 

 


'펌글1' 카테고리의 다른 글

On ne badine pas avec l'amour &  (0) 2013.06.25
파문  (0) 2013.06.23
나비가 되어  (0) 2013.04.06
달빛에 갇혀  (0) 2013.03.20
굼뜨고 어리석으며 둔한 사랑  (0) 2013.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