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기젖은 시간에
인생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음으로 해서 生을 쉽게 보는 오만에서 벗어날 수 있고 나를 울리는 사람이 있음으로 해서 인생의 의미를 보다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고 익숙해진 것에 대한 가벼운 마음을 조심해야겠다고. 일을 하다 잠시 눈을 돌리니 누군가가 찍은 사진이 책상 위에 있습니다. 나의 모습이 보입니다. 문득 서산대사가 묘향산 원적암에 있을 때 자신의 영정에 쓴 글귀가 떠오릅니다. 八十年前 渠是我, 八十年前 我是渠 팔십년 전에는 저것이 나이더니, 팔십년 후에는 내가 저것이로다. 새로운 역할을 향해 떠납니다. 돌아보니 勞而無功 애써되 이룬 것은 없습니다. 취하려하기 보다는 차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