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향기롭고 꼿꼿하고 처연하고 아름다웠다.
가난하다지만 그 가난함은 젖은 숲 속의 흰옷처럼 눈부시게만 여겨진다.
발견한 존재를 탐구하고 소유하고 집착하느라고 세월을 오로지 보낸 듯 하다고 했지만,
그동안 내 그릇만큼 최선을 다해서 후회없노라고 했지만,
움켜쥐려다가 번번이 손에서 놓쳐버린 물살처럼 안타깝고 헛된 짓을 한다는 것이 잘못된 것임을 안다.
지금 이 순간 두 손을 가지런히 모아 둥글게 오무린 채 들여다본다. 관觀한다고 하지.
이렇듯 바라보아야 하리라고 마음먹는다. 이 안에 담기는 양만큼의 물처럼, 이 안을 둥지삼은 한마리 새를 바라보듯
찰라는 영원이고 영원은 찰라이므로 지금은 혹은 훗날까지라도 흐르는 움직임을 관觀하는 때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우월함을 전제로 하고, 다르다는 것. 그 다르다는 것이 차별화가 되어 나는 잊지 못하고, 잃게 됨에, 그 소중함을 잃게 될 때마다 서룹다.
그 기억은 얼마나 두려운지. 엄마 손을 놓쳐 우는 아이의 심정처럼, 다시는 엄마 손을 놓치고 싶지 않은 어린 아이의 심정처럼 말이다.
취하여 흔들리는 시공 안에서, 정신 반듯한 자의 일정한 보폭과 그 발걸음처럼 드문드문 또박또박 그렇게 소리는 나열되었다.
타인에게 혹은 바깥에서 아무리 대단하고 우월하고 강하고 세다하더라도, 내게만큼은 죽어야한다고 했던가.
너는 너무 쎄.
쎄다는 것.
충분히 깨닫지 못하지만 대략은 가늠되어 고개를 떨쿠다가 한 지점을 응시하였다.
무엇이 그토록 다르게 하는가.
온갖 사람들의 전문적 식견의 이론은 넘쳐나건만 그 결과물이 다르니까.
그 결과물이 다른 것은 무엇때문이지.
평면에 일차원이 아니라 사차원적 입체감이 드러나니까.
그들과의 차이란 단순하다는 거야. 단순하단 말이다.
단순함이란 간단함과는 달라요. 입체와 평면의 차이가 확연하듯이.
예술이란 전문가들끼리만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비전문가와도 소통하고 공감하고 울림을 주게 해야하는데, 그것을 가능하게 하니까.
평면적인 그들에 비해 입체적이기 때문이니까.
간단하다는 것과 단순하다는 것의 차이를 오래 전 부터 충분히 알고 있는 나는 단순함의 의미를 충분히 안다.
입체와 평면의 차이가 확연하듯이.
'썰 > 삶의미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년만에 (0) | 2014.09.21 |
---|---|
어떤 이유 (0) | 2014.09.21 |
삶의 속도와 기억의 관계 (0) | 2014.09.15 |
시간이 지치면 (0) | 2014.09.09 |
먼 곳, 그 깃발의 끝이 아득하게 보이는 날 (0) | 2014.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