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삶의미각

조일식당 딸들

uoooooc 2014. 6. 27.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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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가 내려앉아서 어둑해지기 시작하는데, 멀리서 어린 소녀 두 명이 내가 앉은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마구 뛰어오고 있어서 엉겹결에 찍긴 찍었는데 흔들리거나 화면에서 짤(?)렸다.

달려오던 아이들은 방파제 위에 앉아 있는 나를 보고는 즉시 다가오더니 뭐하세요? 라고 하면서 엉금엉금 올라왔다.  언니는 4학년, 동생은 5살 정도. 지나가는 경찰 순찰차를 향해, 고생이 참 많습니다라고 인사를 한다든지. 내 턱 앞에 바싹 붙어 앉아서 둘이서 번갈아가면서 내 반지를 꼈다가 다시 끼워준다든지. 잠시도 쉬지않고 떠들어대는데, 그래도 참, 내가, 둘이서 하자는대로 다 해 주고, 일일이 대꾸도 해주고. 통통거리는 예쁜 아이들이었기에.

 

내 턱 아래서 안기다시피하여, 사진기를 들고 동생이 언니를 여러장 찍긴 찍었는데 거의 흔들리고 짤렸으니 못 쓸밖에.

날이 어두워지고 내가 그 곳을 떠나려 하자 반드시 순이를 찍어야한다면서, 나를 이끌고 간 곳이 저 곳이며 그렇게 나온 사진이 저 장면이다. 저 소녀들과 30여분을 같이 있었는데, 적막한 어촌에 저 아이들 둘이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 아빠는 낚시가고, 엄마는 병원에 아기 낳으러 갔어요.'라고 말한다.  내가 사진 줄까? 그러면서 내 전화번화를 외우라고 했더니 언니가 마구 달려갔다. 종이와 연필을 가지러. 부모님께 여쭈어보고, 허락받고 전화드릴께요라고한다. 나는 그의 아버지를 기억한다. 지난 겨울 저 곳에서 파도치는 바다를 향해 서 있을때, 휴대폰으로 찍은 자신의 사진을 다 보여주었었다. 언제 해가 뜨고 지는지 썰물과 밀물이 언제 생기는지, 또 어떤 새가 오고, 배들이 언제 들어가고 나가고, 언제 태풍이 오는지 등등에 대하여 아는 것도 많았던, 그리고 그의 아내는 활달한 도시형 미인이었고 무척 상냥했었지, 그러기에 저렇게 씩씩하고 건강한 자매가 있는 것이겠고. 어촌 마을에서의 한토막 추억이다. 희한한 것은 사진기를 향해  익숙한 듯 폼을 잡고 있는 순이. 사진기를 향해 지긋이 바라보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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