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삶의미각

성곡리 시골집

uoooooc 2011. 7. 10. 21:53

 

 

100년이 된 한옥이라고 하는데 그 시간을 넘어 여자는 남자가 돌아올 동안 집을 만들어간다. 낡은 벽을 다듬기 위해 흰색 한지를 자르고 사다리를 밟고 올라서서 천정을 바르고 높은 벽을 바르고 문틀도 발랐다.
낮밤을 잊고 사다리에 기댄 종아리와 발목이 파랗게 멍이 들었지만 그것은 눈물겨운 행복.
밤에는 전등을 켜고 낮에는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 속에서 고전주의 화파의 모델같은 실루엣으로 다듬어가는 그들을 위한 공간.

똑똑하지 않은 못질. 못답지 않은 못. 제대로 박히지 않은 못은, 흙벽의 몸체 여기 저기에 상처를 낸다. 목적이 있기에 기필코 박히고야 말겠지만 저 벽처럼 너덜너덜하고 상처에 바스러져 문득문득 생각이 난듯이 아래로 떨어지곤 하는  흙알갱이 낱알들.
바라보기가 무량하다.

여자는 맛나게 밥 할 줄도 모르고. 할 줄 아는 것은 그림그리기. 충만한 희망. 노상 심장이 두근거리는 뜨겁거나 차가운 끼. 눈부신 氣.
그리고 자기 남자가 사랑해 주는 것을 믿는 것.  
돌아올 남자는 여자에게 맛난 밥을 해 줄것이고
그러면 여자는 남자에게 배운 맛있게 커피타는 법을 실천하여 서재에서 글쓰고 있는 남자에게 쟁반에 귀하게 받쳐들고 사뿐사뿐 다가갈 것이다. 
 
나비가 날고 새들이 찾아오는 창가 그리고 가지나무, 고추, 상추 푸성귀가 심겨질 뒷 마당.
가득한 햇살이 따뜻하게 마루청에 안방에 다락에까지 들어오는 공간.
국화, 개양귀비, 개망초, 애기똥풀, 감나무에서 떨어던 감, 감꽃 향기, 반딧불이, 청개구리들, 모기들, 석류꽃, 작은 연못.
마당을 지나 왼쪽 한 켠에는 그림그리는 곳으로.
또 그 오른쪽 방에는 서재. 가운데 큰 방엔 안방으로, 대청마루 건너 작은 방은 사랑채.
남쪽을 향해 앞으로 바라보이는 곳은 넓은 논. 내리는 비를 담아내고 있는 논과 넓은 하늘.
분별력있고 씩씩하며,  집에 사는 사람을 너그럽게 바라볼 줄 아는 똑똑하고 활기찬 동물도 하나 있으면 좋겠다.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거나 달이 뜨거나 철철이 이파리들이 나뒹굴때 그리고 갖가지 이유들이 생길때 그들은 화구를 들고 카메라를 매고 언제든지, 오래된 그들의 차를 탈 수 있을 것이다. 오분 거리엔 주산지 못보다 아득한 못이 있고 그동안의 길 못지 않은 이쁜 길들이 있더라. 
                                                                                                                    

2011. 7. 10(일) / 烏

 

 



하얀 도라지꽃, 줌 기능이 멈추어 더 이상 표현 불가.

 

130평 중에 뒷마당, 큰 감나무 아래 강아지 두마리 살았던 흔적.

 

뒷터에서 본 뒷모습, 기와지붕 밑의 벽은 황토. 황토집으로 군불을 땜. 기름 보일러, 지하수.

 

뒷마당. 11평 정도 건축물 가능.저 공간은 신기하고 희한함.

 

저 곳이 그 곳.

 

사랑채에서 보이는 앞마당의 한 켠.

 

 

사랑채- 한지로. 겹겹이. 저 다락은 내 유년의 기억.

 

황토방의 벽지가 완성됨-한지.

 

윤효의 못이라는 시가 있다. 벽에 박힌 못과 그 밑의 상처난 흔적을 보면서 나는 못에 대한 감상을 떨치기로 했다. 쉽게 박아서도 쉽게 박혀서도 함부로 못질을 해서도 안된다는 것, 상처는...

 

완벽하지 않음이 오히려 이렇게 편할 줄이야.

 

황토 벽 위에 한지. 어느정도 완성된 벽과 다락방 입구의 문짝.

 

앞마다의 연못, 비가 오면 연잎 위에 청개구리가 두어마리씩 올라가 있다. 두 개의 연꽃 봉우리가 아쉽게도 줌기능을 상실한 디카에 포착이 안된다.

 

왼쪽은 그림그리는 곳. 흰 판넬 뒤의 마루방과 중간방은 서재 및 작업실.

 

동네 할머니가 사는 집으로 가는 길.

 

방금 떨어진 땡감. 땡감의 육질과 향이 기억된다.

 

말이 끌던 수레에 실린 커다란 독. 하루종일 내리는 빗물에 젖어 라이카로 찍은 듯, 샤갈의 색조같이 섬세하며 깊고 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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