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삶의미각

'선율이 번지는 곳 폴란드poland '/ dreas Scholl - She Moved through the Fair

uoooooc 2011. 6. 2. 18:53



우리 부류의 집단에서 좀 색다른 女人이 15세의 남아에게서 선물받은 책이라고 한다.
해야할 일을 뒤로 미루고 두어시간에 걸쳐 앉은 채로 읽었다.
사진이 많지만 작품성보다는 기록의 차원이고, 책의 내용 역시 여행지를 훑어지나가는 기록의 정도로만 여겨진다.
감성이 충분히 표현되기엔 지은이의 영혼이 바빠보이는  책이다.

동유럽에 관심이 많았던 나로서는 폴란드를 이렇게나마 훑어 볼 수 있었던 것은 여러가지로 고마운 일이다. 
그 소년과 그 여인과 책 만든 분들께 감사. 
(이하 읽으면서 타이핑한 글줄들.)
그런데  페이지, 글의 쪽수가 없는 책이었다.

                                                                                                                    가치 창조/ 백승선, 변혜정 찍고 쓰다

  퀴리 부인, 코페르니쿠스, 쇼팽, 요한 바오로 2세 등.
한반도의 1.3배, 동유럽 국가 중 최대의 크기.
1인당 국민소득은 우리나라의 절반.


 
-바르샤바 -
폴란드의 수도, 제 2차 세계대전때 도시의 85%가 완파.
죽어나간 인구는 65만, 전체 인구의 65%.
더 이상 사람이 살 수 있을 것 같지 않게 생긴 이곳을, 사람들은 지켜 내었다.
수도를 옮기지 않는 대신 ‘재건’을 선택했다.
복원된 건물과 성벽을 쓰다듬어 보는 것도 꽤 많은 시간과 노력과 감정을 요한다.
바르샤바에서는 다른 어떤 기념품보다 엽서를 사야한다.

성 요한 성당-14세기 목조 건축.
바르샤바에서 가장 오래된 이 곳.
역대 폴란드 왕의 결혼식 대관식이 거행된 곳.
vintage 낡아빠진.
여행하면서 ‘낡아빠진 것’들을 만나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이 되었다.
세상에는 오래된 낡은 것이기에 좋은 것들이 더 많다.

인어의 도시 바르샤바.
‘로디 예덴’: ‘아이스크림 하나 주세요.’
로디라는 폴란드 아이스크림을 맛보기 전에는 폴란드 여행의 빙점을 찍지 말 것.
황홀한 수제 아이스크림.

피아노 시인 -쇼팽.
팽의 왈츠, 녹턴, 에튀드...바로크 양식의 쇼팽 박물관 1,2층.
한없이 쓰다듬고 싶던 쇼팽이 연주했던 낡은 피아노.
쇼팽이 한 자 한 자 적어 내려간 편지.
그림을 그리듯 완성한 악보.
그의 손길이 닿은 모든 것이 애틋했다.

 퀴리부인 박물관 - 물리학자, 화학자, 노벨 물리학상, 노벨 화학상 수상.
한걸음 내디딜 때마다 낡은 마룻바닥이 소리를 낸다.
이 작고 소박한 집에서 연구하고 실험했을 마리 퀴리.
속도가 많을수록 놓치는 것이 많은 법.
찰라의 스침이라도 좋다.
그저 잠시 바라만 볼 수 있다면.

폴란드의 환전소를 칸토르(kantor)라고 부른다.
달러도 아니고 유로도 아닌, ‘즈워티’라는 폴란드 화폐.

 코페르니쿠스(가톨릭 사제/사제 겸 찬문학자)-한 축으로 기울어져 있는 지구본.
태양을 멈추고 지구를 멈춘 토룬의 코페르니쿠스.
종교적 교리로까지 확증되었던 지구 중심의 ‘천동설’을 전복시켰다.
코페르니쿠스의 고향, 토룬.
토룬의 진저 브레드-쇼팽, 교황 바오로 2세.

 브로츠와프의 여행- 160명의 난쟁이를 찾아가는 여행.
브로츠와프 시민들이 사랑하는 성 엘리자베스 성당.

- 툼스키Tumski 다리 -
세월의 이끼가 묻어있는.
오래 전 사람들은 사랑을 맹세하며 이곳에 자물쇠를 채웠다.
그들의 맹세가 채워지는 지 알 수 없지만
다리에 자물쇠를 채우고 둘이 하나됨을 기념하는 사진을 찍는다.
맹세...우리는 왜 한번도 맹세를 하지 않았던가.

 폴란드에서 제일 잘 나가는 프랜차이즈 식당, 스핑크스.
바르샤바에도 있고 토룬에도 있고 브로츠와프에도 있는 스핑크스.
어느 시간대나 항상 북적이는 스핑크스.
곳곳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의 화사한 웃음 소리.


-크라쿠프-
중앙시장 광장
바벨성

성 마리아 성당-스테인드 글라스아 천재라 불리는 비트스트보슈(veit stoss) 작품인 승천 제단, 고딕 양식, 12년 제작,
공사를 맡았던 형제 건축가의 이야기.
형과 동생이 탑 하나씩을 세우기로 하였는데, 형보다 빨리 짓는 데만 급급한 동생이 날림 공사를 하는 바람에 동생의 탑은 높이만 올라갈 뿐 여기 저기 결함이 나타났다. 그러자 동생은 기초가 단단한 완벽한 공사를 하는 형을 시기하여 형을 죽여 버렸다.첨탑의 높이가 다른 것, 더 높은 첨탑은 성급한 동생의 것, 더 낮은 첨탑은 완벽한 형의 것.
성마리아 성당의 첨탑에서는 시간마다 파수병이 트럼펫을 분다. 13세기에 한 나팔수가 타타르 족이 침입해 오는 것을 발견하고 트럼펫을 불었는데 곡이 끝나기 전에 적이 쏜 화살에 맞아 죽었다. 이후 후세의 사람들은 그가 죽기 전에 연주했던 부분까지만 트럼펫을 분다고 한다. 허공에 울려퍼지다가 뚝 끊기는 헤이나우(짧은 길이의 성가. 트럼펫으로 연주한다.)의 선율. 

카지미에슈-쉰들러 리스트의 배경지.
비엘리츠키-암염 채굴 광산
'빵 파는 리어카'-가난한 여행자를 위한 폴란드의 길거리 빵.

 500년간 왕이 거주했다는 바벨성.
지그문트 종-그 중심을 왼손으로 만지면 다시 돌아온다는 전설.
종을 찾아 끝없이 이어진 나선형 계단 오르기.

의자의 용도가 앉는 것이라면, 크라쿠프의 의자는 '보는' 것이다.
의자가 주는 이미지는 안온함이다.
나는 의자가 주는 쉼을 좋아한다.
나는 의자에 앉는 것을 좋아한다.
나는 그저 의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좋고, 의자가 그려진 그림도 좋다. 

지하광산 비에리츠카.
소금예배당.
소금광산의 수호신, 킹가 공주- 13세기 헝가리 공주. 

세상에서 가장 높은 우체국이 융프라우요흐라면,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낮은 우체국이다.
비엘리츠카의 우체국.  

아유슈비츠 수용소-약 200만 명이 목숨을 잃은 곳.
오지말것을, 오지말것을, 오지말것을...
쉰들러 리스트의 무대가 된 곳.

제 2의 수용소, 비르케나우.
고압적인 시멘트 건물 일색이었던 제 1 수용소인 아우슈비츠와 달리 10분 정도의 버스로 달린 그 곳은 탁 트인 너른 들판 위에 세워 짐.이 곳이라면 비가 와도 그냥 맞을 일이다.이곳에서라면 뜨거운 태양도 피하지 말 일이다.모두 그냥 견딜 일이다.
 
얄궂은 인연을 뒤로 하고, 헝컬어진 마음을 다독이면서.
막차 시간에 초조해하지 않고.
바람둥이 여행자.
만나는 모든 여행지와 사랑에 빠진다. 

2011. 6. 2. 화. 오후 6시.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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