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삶의미각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uoooooc 2012. 3. 6. 00:27
이천십이년삼월육일 밤열두시를 지나고있다
월요일을 지나 화요일을 맞이하고
수요일을 지나 목요일을 맞이하고 목요일을 지나 금요일을 지나 토요일을 지나 일요일을 지나 월요일을 지나 또 화요일이 오고....
다투고 다시 말하고 다시 만나고 또 다투고 또 만나고 또 다투고 또 만나고 또 다투고 늘 마지막이라고 하고.
이번엔 진짜 마지막이라고 하고...그러다가 만나고
죽을만큼 싸우고 마지막이라고 하고
마지막이라고 할때는 정녕 마지막이다.
그들은 늘 그랬다. 설마라고 생각하는 쪽은 아무도 없다.
생각해보면 설마라고 하는 쪽은 늘 여자였다. 어떤 이야기에 대한 이야기.

삼월삼일같은 오늘 한 시간의 외출 시간을 내어, 서류를 들고 중앙은행으로 향했다.
짧은 시간 동안, 마음이 급했기에 우산 챙길 줄도 모르고 비를 맞고 댕겼는데, 핸드백과 핸드백 속의 지갑에는 
그저께 온갖 카드를 뒤지고 확인하며 만들어낸 돈.
만원짜리 스무장 남짓, 천원짜리  몇 장, 동전 몇 개. 핸드백을 뒤집어 뒤져서 찾아낸 돈.
정지된 곳에 메꿀것을 메꿔넣고 나서야 급하게나마 대출이 가능했다. 마이너스증액.
속으로 흐르는 눈물. 내가 이렇게 살아가는구나.
아는지. 내가 이러고 다니는지를. 왜 오라고 못하는지를.
나는 두려웠을까. 사탕을 손에 쥐고서 해맑게 웃는 아이, 사탕없으면 휙 돌아서서 달아나는 아이의 속성을.
아이는 다른 생각이 없다. 배고파서 울고, 추워서 울고, 따뜻하게 안아주면 편안해하고 사랑해주면 품으로 기대오는 아이.
아무리 아이지만, 안아주고 싶지 않다. 더이상 이쁘지 않다.
아이의 속성을 못견디겠다. 철없음은, 착한 척하는 나를 몹시 지치게한다. 짜증나고 지겹고 귀찮아. 이젠 그래.
저녁에 병원에 있는 동안, 그 언젠가처럼 나락으로 떨어질 것 같았다 .
이대로 눈을 감고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
계단을 내려가다가 아래로 구르는 착각. 어느날 갑자기 정신 잃은채 실려갈지 몰라. .
정직하게.  돈이 마르고, 그래서 아무것도 살 돈이, 살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이다. 당분간이 아니라 오랫동안일지 몰라.
그래서, 나는 보내는 것이다. 
염려마시라. 손에 남은 물기는 말라없어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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