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한계절 내도록 바다, 파도, 바람, 수평선, 먼 배, 새들을 따라다니며 내 껍데기를 노상 씻어내고자 했다.
밤을 넘어 여명에 이르도록, 농무로 꽉 찬 머리통은 겨울에 무감했고, 열에 뜬 심장은 바람을 맞으면서
진통이 되었다. 겨울바람으로 진통됨은 알았지만 바람이 만들어 내는 소리는 심장을 저민다.
바람이 와와하며 몰려오는 바다를 향하여 그렇게 이 겨울을 지냈다.
내가 걸어온 곳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앉아 오래도록 바라본 것은, 저들이다.
' 바람이 이유였다, 파도와, 새와, 바위와, 그리고 우리의 온갖 양상은.'
새는 바람을 이해하기에 저토록 의연한 것일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라는 명구도 있지만, 바람의 처음과 끝에 걸리지 않는 새.
그리하여 나는 저 새를 닮고 싶어 무거운 것부터 점차 내려놓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