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삶의미각

바쁜 사람에게 시간은 느리게 간다.

uoooooc 2012. 4. 24. 05:17

 자다가 문득 일어나 시간을 보니 4시 44분이다. 언제나 그렇지만 요즘에는 잠을 제대로 자는건지 잘 모르겠다.

 낮동안에는 내도록 어지럼과 그로 인한 두통으로 많이 힘들었다.

 허기와 불면과 거식,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대체불가한 존재가치에 대한 시달림 때문일 것이다.

 수면 중에도 늘 무의식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할까.

 월요일인 어제는 동료와 함께 퇴근 후 5시 부터 11시까지 블루에서, 노벰버에서, 레드에서, 사랑채까지 동행을 하면서

 관련된 사람들과 사물들과의 만남을 즐기는 듯 바쁜 듯이 빠르게 이어갔다. 

 

 빠르게 많이 활동하는 사람일수록 

 그 사람의 시간은 느리게 간다는 아인슈타인의 시공간 이론은

 요즘의 나에게 중요한 발견이다.

 장자의 호접몽과 같은 의식을 비교하면서 상대성이론을 너무 수월하게 이해하고 있는 중이다.

 

 살다가 나는

 존재하는 어떤 절대의 기운이 나를 이끄는 것을 믿으며, 그 기운이 나에게 팔짱을 끼우고 어디론가로 인도해 줌을 느낀다.

 마리아됨이 그랬고, 그 빛이 그랬고, 고마운 사람들과의 인연들이 그랬고, 내 핏줄들이 그랬고, 그리고 이 시달림조차 그렇다.

 비몽, 잠의 끝지점에서 깨어나게 하는 것.

 자리에서 일어나 이 글을 쓰는 것은 깨달아야할 어떤 인식때문이다.

 시달림의 이유 그 끄나풀을 드리워 줌으로써 그 끝을 잡게 하기 위함일까.  

 2층, 3층, 선산의 마련까지.

 그 '곳'들은 왜 나를 계속 불럿을까. 

 무엇보다 2층.  

 다른 곳도 아닌 그 곳, 누구에게도 아닌 내게

 그렇게 되기까지의 오랜 시간동안 나를 기다리며 불렀던 것은 금오산?

 그 산이 오늘 새벽 내 선잠의 끝에서 알려주는 것 같단 말이지.

 

 어느 날부터

 키 큰 나무가 들어왔고 2층이 마련되어지고 3층이 마련되어지고 

 마당있고 볕이 가득한 창문이 있는 그의 집이 마련되어지고 취업이 되고  

 전교회장이 되고, 뉴욕에서 전 국가에 뉴스를 만들고

 그림이 팔리고, 라이카가 들어오고, 에어컨이 들어오고 빨간 소파가 들어오고  책상들이 들어오고 캔바스가 들어오고.

 아침마다 안녕하세요라는 발랄한 에너지들의 귀함을 알게 되었고

 집착을 다스릴  이유가 마련되어지고 있고, 시간의 끝을 눈부신 눈길로 바라볼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지인과 함께 방문한 블루도 좋은 곳이지만 2층은 그것과 다른 호기가 있다.

 2층의 빨간 쇼파에앉아서 투명한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이는 금오산. 금빛까마귀.

 저 산은 줄곧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제는 내가 저 산을 볼 수 있게, 가까이 할 수 있게.

 바라보기에 가장  알맞은 곳에서 말이다.

 그러고 보니 나와 금오산은 항상 맴돌도 있었네, 인과 함께했던 그 해 . 그리고 환과 함께 했던 세월. 써니가 묻힌 언덕 자락도.

 오조는 바라보이는 저 산을 닮았고.

 오조는 저 산에서 나왔고, 오조는 그 사람으로부터 나왔고.

 필설로 형언하기 어렵지만, 금오산이 나를 부르고, 나는 금오산을 중심으로 사람들을 모으고 있고, 사람들은 특별한 존재들이 되어있다.

 나는 지금 어쩌다가 이런 생각까지 하기에 이르렀을까.

 그런데 어쩌란 말인가. 이렇게 진행이 되어가고 있는 것을. 이것은 시간이란 것의 흐름이 후일 증명할 수 밖에 없다.

 과거에서 지금을 거쳐 미래로 흐르는 시간이 아니라,

 지금과 과거와 미래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결이 되어 일렁거리고 스며들어 하나의 기운으로 흐르는 것을.

 

 어제는 귀가하자 마자, 잠을 잘 수 밖에 없었고.그제도 그끄제도 연일 사람들과의 만남이 많아서,귀가가 늦고 도착하면 잠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온갖 의식과 무의식의 시달림으로 불면이며 거의 불면의 연속인 나날들이다. 내 의식과 무의식은 하루종일 움직이는 것 같다.

 그저께는 오후 11시 40분까지 볼 일을 보고, 11시 50분에  금오지를 따라 금오산을 지나 귀가하는데 정확히 12시에 그 곳을 빠져나왔다.

 10분이 소요됨.

 아무도 기척이 없는 그 시간, 그 기묘한 공간에 오로지 산의 기운과  함께 금오산의 품을 가로질러 밤 12시를 뚫고 나가는 그 기분을 아는지.

 

 일상의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가는지, 나는 이것을 '많이 산다'라고 표현하는데, 

 시간, 요즘에 나의 화두가 되었다.

 금빛까마귀산이 그 존재감을 문득 일깨워 준 것은 재미있고 흥미로운 숙제다.

 불가사의한 시간은 나를 도와줄 것이다.

 창 밖으로 새소리가 들린다. 한 시간만 더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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