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 하얀나비 한 마리가 늘 보인다.
오늘은 종일 에어컨때문에 창이 다 닫겼는데, 아침에 조금 열린 창문 틈으로 들어와 날아다니더니
오후 6시 무렵 사진기들고 뒷뜰에서 오락가락 하는 중에 다시 나타났다. 지는 햇살은 뜨겁고 노랬다.
카메라를 들고 그를 따라다녔다. 저 나비는 하루도 빼먹지 않고 실내로 노상 들어오던 그 나비라는 생각이 든단 말이지.
그 언젠가 둘이서 절대로 떨어지지 않고 날아다니더니, 그날 이후 늘 혼자다. 그 날 이후 나비는 꼭 한 마리다.
트리나 폴로스의 꽃들의 희망이란 책을 수없이 듣는다. 그에게 나비는 무엇인가.
어느날 출근 준비 중에 문득 귀에 들리던 소리,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대목에서
줄무늬애벌레의 심정에 망연자실했다. 나는 그걸 왜 미처 몰랐을까.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것을.
나비가 된다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그 많은 사람 중에 단 1%정도의 사람들만이 가질 수 있는, 성취할 수 있는 희망과 꿈일까.
그 희망과 꿈을 이루어가는 도정. 끝끝내의 다달음.
자신의 진정한 꿈과 희망을 알아차린다는 거, 그렇게 살아가는 거.
가슴이 더워 환장하겠다는 거, 이런 것인가. 속이 지글거린디고 했나. 나 또한 지글거려 참을 수가 없다.
다 타 버리겠다. 이러다가 바싹 말라 죽지. 한 숨을 자꾸 토해내는 것은 이 물기없는 뜨거움을 못 견뎌서일까.
창밖으로 보이는 키 큰 해바라기의, 이제는 타들어가는 뒷 모습이 가슴을 덥게 한다.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사진기를 들고 뒷뜰에서 오락가락 하고 있을 때 내심 바라던 그 나비가 또 나타나다니.
나비 너가 날 찾아오는건지 너가 있음을 알고 내가 따라가고 내 눈이 따라가고 또 심정이 그 심정을 따라가는건지
오늘은 잠시 초록색 나무잎에 앉아있다가 주위를 나풀거리며 돌다가 사라진다.
나비 너, 무슨 이유로 살아가든 너가 살아있는 동안 나비로 태어남을 만끽해야 할 것이며
당분간은 혼자일지라도 결코 혼자되지 않을 것임을 믿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