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삶의미각

불가사의하다는 것

uoooooc 2014. 10. 19. 22:51

 

 

어느 소나무 숲을 지나가다가 눈에 띄었다.

뒤로 기울어진 곧은 나무 위로 굽은 나무가 그 위를 휘감고 있었는데,

둘은 45도 가량  뒤로 금방 넘어가는 듯한 형상이었다.

굽은 나무가 휘감아서 그 무게감 때문에 곧은 나무가 뒤로 기울어졌을까.

길게 엉긴 채 뒤쪽으로 불안하게 기울어져 있었다.

용케도 두 나무는 나자빠지지않고 존재하고 있었는데,

그 장면은  좀 참혹해서 눈에 보이는대로 옮기고 싶지 않다. 

색도 날리고 몸체도 가운데만 선택했다.

저들 역시 불가사의한 관계라고나 할 수 있을까.

한 하늘 아래서 각자로 살다가, 어느 시점에서 기대어 살다가,

언제부터인가 다시는 풀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어 버리고 만 저 두 소나무.

운이 좋으면 둘 다 명품이 되는 것이고, 나쁘면 한낱 고사목이 될 수 밖에 없는 장면이 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