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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 일도 지겨워

uoooooc 2014. 1. 26. 17:27

     

    

 

 

      숲으로 간다

 

               백/무/산

 

 

높은 산에 올라 구름 아래 마을을 보면

사람과 마을들이 저리 하찮다

그러나 산을 처음 올라본 사람이 아니라면

이런 결론에 고개 끄덕이지 않는다

 

저것이 저리 하찮은 게 아니라

천지가 저리도 크다

우리가 살다가는 곳이 티끌보다 작고 짧으나

그것도 한 세상 천지의 조각도 천지

 

마음의 넓은 자리에 올라서 보면

삶이나 역사나 인간의 능력이 저리 하찮다

그러나 처음 내려다본 사람이 아니라면

영원의 조각도 영원이라는 것을 알리라

 

다만 티끌보다 작은 세상에 사는 내가

산 위에 사는 나에게 나날이 들키며 산다

그 일도 지겨워

숲으로 나는 간다

 

 

 

백무산의 시집 <인간의 시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