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산에 눈이 하얗게 왔어요
눈을 떴을 때 냉기가 가득했다.
여느 때와 달리 난방하지 않은 채 잠들었나보다.
추웠으므로 두터운 바지를 입고 양말을 신고 코트를 입고 머플러를 두른 채
양팔에는 책과 가방을 들고 출근길을 나섰다.
아침 8시 20분경 일층의 현관에는 중형 거울이 있고 그 옆의 일간지를 꺼내는데
아들을 바래다 주고 막 뛰어 들어오는 이층 분과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춥죠?
금오산에 눈이 하얗게 왔어요.
그래요?
운전 해 오는 동안
동네에서 바라볼 수 있는 산을 올려다 보았다. 눈이 왔다고?
좁은 도시 공간에는 낮은 건물들에 가려져 산은 온전히 다 보이지 않았다.
골목마다 낮은 건물의 귀퉁이로 조금 보이는 산은
사람들이 말하는 가을단풍도 보이지 않았고
눈도 보이지 않았다.
피가 말라 붙은 듯한 자주색만 가득 끼어있구만. 뭐.
운전하여 돌아가는 건널목에는 초등학생 하나가 뛰어가고
검은 패팅 점퍼와 마스크와 장갑과 털모자로 무장한 교통지도반 어머니가 움츠려 서 있는 것을 보니
추운 도시의 풍경 중에 하나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의 중소 도시 아스팔트 가변에는 색바랜 노란 은행잎들이 가득 쌓였다.
그저께만 해도 떠도는 바람에 은행잎들이 함께 푸르르 날리더니
오늘은 무슨 무게때문인지
축축하게 쌓여져 두텁고 둔탁하게 엎드려들 있었다.
애써 보지 않았던 가을은 갔다.
황금색은 애써 보지 않았었지.
단풍은 하나도 이쁘지 않았지.
창백한 표피들만 남아 이 차가운 바람에 겨우 뒹굴고 있군.
짧은 출근길은 순식간에 파노라마가 되어 한 장면씩 넘어 가고
오르막으로 올라가는 동안 길은 에스자형으로 드러나고
그 여인이 산에 눈이 하얗게 왔어요라고 말하던 그 산이 보이는데
잘 생긴 그 산의 왼쪽에 눈이 깨끗하게 엷게 뿌려져있는 것이 보였다.
내 차는 나와함께 그 건물을 향하여 들어가고
오늘 눈이 옴으로써
가을이 갔다라고 수번 되뇌인다. 담백하다. s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