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삶의미각
불침번의 그
uoooooc
2011. 5. 10. 05:55
내도록 뒤척이다 결국 납작 업드려 있되 잠으로는 가지 않는다.
기억, 회한, 반성, 계획, 온갖 궁구들.
사막에서 물기없이 말라가는 전갈같다고 했던가.
불면, 불식, 낮엔 초토화된 신체, 어둠이 오면 그의 기운으로 일어나 앉는다.
오늘은 하지않으면 안될 최소한의 일을 하기로 한다.
이 시간에도 멎지 않는 비.
낙수 떨어지는 소리.
그 곳의 낙수와는 다르지만 역시 바깥을 궁금하게 하는 것은 똑 같다. 창문을 열어본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드르륵.
오늘에야 써니의 몸이 비에 흠뻑 젖겠구나.
이 곳의 2층에서 바라보는 5미터 맞은 편 언덕의 숲, 그 곳의 2층은 뒷편이 온통 숲.
비, 바람, 캄캄한 어둠 속 그들의 소리, 깊은 암청과 언뜻보이던 초록, 그리고 가끔 번쩍이던 번개. 기계의 빛.
각색의 바람이, 그들을 움직이게 하고 솨르륵 소리를 내게 하고 어둠을 더욱 짙게하여 요설의 숲처럼 보이게 하던 그 곳.
그 곳은 요설의 궁전같았다.
지금 이 시간, 단 세가지 색뿐이다. 그리고 단 두가지 소리. 그리고 단 한가지 생각.
회감청 녹색 암청, 낙수와 바람. 그리고 '불침번의 그'라는 단어.
오늘은 움직여야겠지. 밖으로 나가야겠지. 공적 의무와 사적 정리정돈을 위해.
새소리가 들린다. 점점 날이 밝아와. 그런데 비는 더욱 세차다.
4월 어느 날. 각각의 알콜로 각각의 공간에서 각각으로 흘리고 쏟아내던 숨.
노상 반복하던 애와 증, 자학, 자멸. 이것들을을 이만큼 기억했으면 이제 됐다.
나, 기억상실에 걸려 백지가 되기를.
2011. 5. 10. 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