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다
낮 기온은 포근했지만
흐린 날씨에 볕이 약하던 날,
저녁부터는 비가 오던 지난 일요일.
하루종일 봄을 만나고.
봄기운이 충만한 사람들.
처음에는 내도록 사진에 말없이 찍히더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주치자 사진을 많이 찍었느냐고 묻는다.
야채만두, 찐빵, 찹쌀도너츠, 핫도그 등을 만들고. 사람들은 줄을 서서 기다림. 잔뜩 배고팠던 나는 6,400원 어치 샀다.
찐만두, 찜기가 열리는 순간,
그리고 하얀 김, 그 뒤로 보이는 장면
유월콩, 완두콩, 또 무슨 콩 각각 3천원씩.
음력 3월에 심는다는데, 덩쿨로 감아 올라가는 콩, 땅에 화초처럼 키울 수 있는 콩,
땅 깊이는 10센티 정도.
종자용 곡식들을 파는 초로의 시골아주머니는 어찌나 말을 빨리 하는지
그리고 손짓 발짓, 주먹구구식으로 화초 길이와 씨뿌리는 깊이와 심는 시기를 말하는데
대체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힘들었다.
아주머니의 결론 말씀은 인터넷에 다 나와있다고 한다. 그래요, 긋.
지폐를 세고 있다.
감자 한 대야 팔고 또 센다. 얼마나 쓸 곳이 많은 세월인가.
저 좌판에서 일사불란하게 검정색 비닐 봉지에 담겨 풀색으로 줄서있엇다.
청포도처럼 생겼는데, 수입산이라고 판단된다. 한 봉지에 일만원.
색깔의 설레임이 있었지만, 2%부족하다.
상인은, 예쁘게 다듬어 놓았으니 모델료를 내야한다며 웃으신다.
들여다보고 있자니 착잡하다. 저렇게 누워있는 생명체와 그 위의 도구들. 해체된 생선들.
종국에는 세상의 모든 것이 별반 다름이 없다고 한다면, 그래선 안되겠지.
아버지께서 저 과자들을 보았다면 필시 기뻐했을텐데.
과자는 각각의 통마다 순식간에 팔려나기나보다. 상인이 커다란 비닐봉에 담긴 과자들을 와르르 쏟아내고 있었다.
내가 쏟아내는 장면을 보고 감탄스러워했더니
나를 위해 봉지들을 들고 나와 계속 쏟아내고 있다. 그 중의 한 장면이다.
저 과자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무척 많음을 알았는데
대체로 아가씨들, 청년들, 어린이들, 가정 주부들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식칼이 과도하게 중앙에 위치하고 있지만
손으로 뒤적여가며 만지고 들여다보고 사고 싶은 물건들이 더러 있었다.
일일이 만져보고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들여다 보고 싶은 곳
빠르게 치열하게
소녀와 눈이 마주쳤다
어른들은 어디로 가고 혼자서? 날씨가 제법 쌀쌀했는데.
오뎅 국물을 내는 재료가 양념된 콩나물이었다. 맛이 궁금했지만 맛있으리라 생각하고
후일에 저 콩나물을 잊을까봐 한 컷.
손에 든 비닐 바구니와 시간이 없음을 이유로 그냥 지나친 오뎅가게.
중닭보다 조금 어린 닭, 마리당 8천원하는 놈은 순수 토종, 날아다닌다고 한다.
물론 지붕에서 지붕으로 높은 감나무에서 마당 아래로 날아다닐 수 있겠지.
내가 요즘에사 닭이란 사물을 새삼 인지하게 되다니. 식용으로 사육되어지는 닭이라기 보다는.
그래서 닭들을 풀어놓고 키우고 싶다.
반쯤 날아다니는 모습도 보고, 닭들이 사람사는 곳을 기웃거리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새벽마다 혹은 저녁마다 그들의 집으로 들락날락 하는 모습도 보고 싶고.
숫놈 한 마리, 암놈 두마리를 사고 싶었지만
저들의 집이 아직 마련되지 않았으므로 발길을 돌림. 그래도 까뚜리처럼 생긴 갈색의 점박이 어린 닭이 눈에 아른거린다.
은밀하게 담겨져 있어야할 여인들의 자존심이
시골장에선 저래도 되는 것일까.
인파의 흔들림 속에서
계절의 봄, 꼭대기에서 보란 듯이 높다랗게 알록달록한 색깔로 전시되어 있어서
쳐다보기 민망하기도 하고, 웃음이 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