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 처마 밑에서
내가 이렇게 터무니없는 사랑을 좇아
끝도 보이지 않는 숲길을 앞만 보며 걸어올 때,
이따금 머리 위를 서늘하게 덮으며
내가 좇던 사랑의 환영으로 어른거렸던 그 어두운 그림자는
그의 슬픔의 그늘이었을까. 때때로
발목을 적시며 걸음을 무겁게 하던 그것은(중략)
미안하다. 내 등 뒤의 사랑
끝내 내가 좇던 사랑은
보이지 않고 이렇게 문득
오던 길을 되돌아보게 되지만
나는 달려가 차마 그대의
등을 돌려 세울 수가 없었다 . /오인태 /
이천십이년팔월삼십일과삼십일일의경계에서
이후 지금까지 앞으로도 계속 어쩌면 이 세상에서의 명이 끝날때까지.
밤과 낮으로 서 있을
죽도록 서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