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진들

동 시간과 동 공간에 공존하는 산 자와 죽은 자

uoooooc 2014. 6. 15. 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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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어느 날 늦은 오후,

길 한쪽에 비켜 선 작고 낮은 두 개의 무덤 위로 볕이 비스듬히 내려앉아 있었고

무덤 곁에는 여린 풀들이 약한 바람에 흘들리는데

개망초인가... 눈을 비스듬히 내리뜨고 그 장면을 한참 바라보았다.

어제 오후의 그 곳은 금빛이 바랜듯한 볕이었지만 따뜻하고 아름다웠는데

지금 모니터로 결과물들을 들여다보니까 어제의 그 느낌이 아니다. 속상하다.

 

달리는 기차에서 바라보는 둔덕의 무덤들,

차를 타고 옆으로 휙휙 지나가면서 보게되는 우리나라 곳곳의 무덤들.

한 개든, 두 개든, 무덤은 애틋하다. 

따뜻한 미소가 번지는 그런 무덤들, 따뜻한 슬픔.

어린시절에 내가 살았던 시골동네의 무덤처럼,

무덤가에서 팔베개한 채  풀잎을 입에 물고 구름을 헤아리던 그 때의 무덤터처럼,

죽음이 뭔지 모르는 유년의 서정적인 기억을 담고 있는 무덤.

그 시절의 기억으로 찍었지만, 셔터질을 하면서도 그 안타까운 심정이란.

가만히 바라보면서 그리고 오래동안 시간을 두고 찍어야함에도

많은 내 셔터질은 한 순간도 진정성있는 표현이 안된 것 같다. 그래서 침울해진다.

 

사실 속으로는 알수 없는 두려움과 겁으로 벌벌 떨리면서, 

내 영혼이 이 무덤들의 영靈에게 엉기는 것이 아닐까? 모 이런 겁에 질린 마음으로 찍다보니, 

열악한 카메라 탓을 할 수도 없겠다.

비오거나 흐리거나 밤이나 새벽이나 바람부는 때나, 

그런 때에 절대로 올 수는 없겠다는 생각은 그 시간을 더 초조하게 했고.

그러므로 다음을 기약하면 안된다. 늘상 그렇듯이 마지막인듯이 찍어야한다.

무엇보다 결과물이 흡족할 수 없음을 감지하면 마구 초조하고 불안하다.

그렇게 해서 나온 사진의 결과물을 보아하니 위와 같다. 

몹시 우울하다. 단 한 번의 기회였을지도 모르는데 저렇게 밖에 안되다니.

의기소침하여 기분이 나쁘고 의욕이 떨어진다. 소질이 없나보다. 포기하고 접어야하나보다.

 

오늘은 으시시함이 어제보다는 좀 낫다.

그 곳을 빠져나오면서 죽은 자와 산 자를 경계짓지 않는 것이 좋을 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덤더미 속을 지나다니는 나와 무덤들, 죽은 자와 산 자는 별반 다르지 않다.

산자와 죽은자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불가사의한 기운 속에서 항상 함께 하지 않았던가.  

동 시간과 동 공간에 공존하는 산 자와 죽은 자.

 

나, 용감한것일까 무모한 것일까. 공동묘지를 찾아가다니.

기절하기 직전의 심정으로, 그걸 모두 흑백으로 찍어댔으니.색은 다 뭉그뜨린 채.

초여름의 금빛같은 햇살에 남쪽으로 향해 도열해있는 요새와 같은 무덤들이 경이롭고 아름다웠다.  

그 시간의 그 상황을 생각하면 이상하다. 머리가 한바퀴 핑그르르 도는 것 같다. 기묘한 느낌을 받았던 짧은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