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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별-종말-소멸의 순
uoooooc
2009. 10. 18. 01:00
사랑은 그대가 단지 한 사람을 마음속에 깊이 간직하고 있다는 죄목 하나로
아침이면 그대를 문책하고 저녁이면 그대를 고문한다.
사랑의 상처는 완전히 아무는 법이 없다.
박인환의 시 [목마와 숙녀]의 한 구절처럼 '인생은 낡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그대는 무엇 때문에 떠나간 시간들을 슬퍼하는 것이냐.
갑자기 한 여자의 이름이 치통 같은 아픔으로 되살아나서 귀를 막고 돌아누워도 날이 새지 않는 .
퇴락한 기억의 배면으로 시간이 해체되고 쇠약한 머리맡을 스쳐가는 바람소리.
그대는 불면 속에서 목숨 같은 시어들을 골라 사랑이 죽어 나간 자리에 파종하라.
걸음마다 이별이 기다리고 술잔마다 눈물이 고이는 시대.
결별은 사랑의 종말을 의미하고 사랑의 종말은 존재의 소멸을 의미한다.
실연은 한 남자가 내게서 사라져버린 것이 아니라, 내가 한 남자에게서 사라져버린 것이다.